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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uckner, Symphony No.5 in B flat major, WAB 105 브루크너 교향곡 5번 B플랫장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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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B2 박종세 작성일19-02-20 12:33 조회1,59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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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uckner, Symphony No.5 in B flat major, WAB 105

브루크너 교향곡 5번 B플랫장조

Anton Bruckner

1824-1896

Sergiu Celibidache, conductor

Münchner Philharmoniker

Gasteig Philharmonie, München

1985.11.10


Celibidache/Münchner Philharmoniker - Bruckner, Symphony No.5 in B flat major, WAB 105

 
 

1875년 5월, 그토록 원하던 빈 음악원 강단에 서게 된 브루크너는 그가 가르치던 ‘푸가’ 과목의 모범사례라도 보여주려는 듯 푸가가 들어간 새로운 형태의 교향곡을 작곡했다. 그 작품이 바로 정교한 대위법의 금자탑이라 할 만한 교향곡 5번이다. 브루크너는 교향곡 4번 ‘낭만적’을 마무리한 지 불과 3개월 후인 1875년 2월부터 교향곡 5번을 쓰기 시작했지만 이 곡은 앞 작품들과 전혀 닮지 않았다. 교향곡 4번에 드러난 낭만성은 물론 3번을 채색하고 있는 바그너식 음향도 찾아볼 수 없다. 앞 작품들보다 더 먼 과거로 회귀하고 있는 교향곡 5번은 바흐도 놀랄 만한 푸가로 구성되어 매우 특이하다.

브루크너는 이 교향곡을 가리켜 ‘환상 교향곡’이라 부르기도 했는데 물론 브루크너의 ‘환상 교향곡’은 베를리오즈의 ‘환상 교향곡’에 나타난 극단적 낭만주의와는 전혀 반대 방향을 걷고 있다. 아마도 17세기 이탈리아의 즉흥적이고 대위법적인 건반악기 작품을 가리키는 ‘판타지아’(Fantasia)야말로 브루크너 ‘환상 교향곡’의 모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교향곡은 분명 19세기 후반에 작곡된 교향곡임에도 전 악장에 걸쳐 파이프오르간 풍의 거대한 음향이 강조되어 엄숙한 교회에서 울려 퍼지던 옛 오르간 음악을 연상시킨다. 또한 마지막 4악장에선 두 가지 푸가 테마와 1악장의 테마를 종합하는 장대한 푸가가 펼쳐져, 피날레에 무게중심을 두는 ‘피날레 교향곡’의 전형을 보여준다.



화성법과 푸가의 기본 원리를 능숙하게 녹여내다

브루크너가 교향곡 5번 피날레에 사용한 ‘푸가’(Fuga)는 주로 바흐가 애용했던 음악 형식으로 단일 주제를 여러 성부에서 계속 모방하고 발전시키는 음악이다. 푸가를 작곡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대위법’(counterpoint), 즉 ‘2성부 이상의 독립된 성부들을 결합하는 방식’을 숙달해야 하는데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어찌 보면 대위법을 포함한 여러 작곡 기법들은 ‘예술’이 라니라 ‘과학’이라 해도 좋을 만큼 정확하며 일정한 원리와 법칙을 따른다.

오랜 세월 겸허한 자세로 화성법과 대위법 등 작곡 기법의 훈련에 몰두했던 브루크너는 빈 음악원 강단에 선 첫 날에도 “음악은 과학적으로 훈련되어야 한다”며 화성법과 푸가의 기본 원리를 논하는 것으로 강의를 시작했다. 그리고 그가 교실에서 다룬 작곡 기법의 원리들은 교향곡 5번에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거대한 성당의 파이프오르간 음향을 연상시키는 음향이 돋보인다.

브루크너는 생전에 그의 환상적인 대위법을 오케스트라로 구현해낸 교향곡 5번을 제대로 들어보지 못했다. 교향곡 5번의 오케스트라 초연은 1894년 4월 8일 그라츠에서 프란츠 샬크의 지휘로 이루어졌으나 그때 브루크너는 몸이 많이 쇠약해 연주회에 참석하지 못했다. 연주회에 불참한 브루크너는 샬크가 이 교향곡의 상당 부분을 삭제하고 오케스트레이션을 수정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다른 교향곡과 달리 브루크너에 의한 교향곡 5번의 버전은 단 하나뿐이지만 작곡가도 모르는 사이 지휘자에 의해 대폭 수정이 되는 바람에 브루크너의 원곡이 알려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1896년에 출판된 브루크너의 교향곡 5번 악보도 샬크의 수정본이었던 것이다. 1936년이 되어서야 브루크너의 오리지널 총보가 출판되면서 원곡의 실체가 비로소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어떤 교향곡도 이렇게 시작하지 않는다”

1악장: 아다지오 - 알레그로

1악장은 브루크너 교향곡들 가운데는 유일하게 느린 서주로 시작한다. 그러나 이 서주는 하이든과 모차르트의 교향곡에 나타나는 고전적인 서주와는 전혀 다른 것이다. 먼저 첼로와 더블베이스가 피치카토(손가락으로 현을 퉁기는 주법)로 하강했다가 상승하는 인상적인 모티브를 연주하는데, 이 ‘순환 베이스’는 4악장에도 그대로 나타나며 전 악장에 통일성을 부여한다. 하지만 이 신비로운 도입부는 전체 오케스트라의 갑작스런 팡파르로 중단되고 어디선가 금관악기의 ‘코랄’(찬송가 풍의 음악)이 들려온다.

“어떤 교향곡도 이렇게 시작하지 않는다”는 음악학자 심슨의 말대로 고요한 도입부와 압도적인 오케스트라 음향이 공존하는 1악장의 서주는 일종의 수수께끼처럼 다가온다. 하지만 1악장이 전개되는 동안 서주에 소개한 다양한 성격의 음악을 하나의 음악으로 통일하고 종합해내는 작곡가의 놀라운 솜씨를 지켜보며 경이로움을 느끼게 될 것이다. 서주의 순환 베이스와 팡파르, 코랄의 요소는, 제시부에서 비올라와 첼로로 연주되는 행진곡 풍의 주제와 서로 충돌하며 긴장감을 높이고 결국 1악장 마지막 부분에서 이 모든 이질적인 하나의 음악으로 통합되어 조화를 이룬다.

2악장: 아다지오

2악장 아다지오의 도입부 역시 1악장 서주와 비슷하게 시작한다. 현악기의 피치카토 주법이 다시 등장해 1악장과 비슷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가운데 피치카토 반주 음형 위로 오보에의 우울한 멜로디가 흐르며 현악기의 음색과 대비된다. 제1주제에서 오는 대립과 긴장감은 곧 이어서 현악기들이 연주하는 아름답고 풍성한 제2주제에 의해 해소되며 벅찬 환희가 밀려온다. 이 부분은 아마도 이 교향곡 전체를 통해 가장 아름답고 감동적인 음악일 것이다. 이 악장에선 비록 천국이 열리는 듯한 클라이맥스가 나타나지 않고 폭발적인 환희가 표현되지는 않지만, 갈등과 해소를 나타내는 두 가지 주제가 교대되면서 듣는 이들을 음악 속으로 몰입시킨다.

3악장: 스케르초. 몰토 비바체

3악장 스케르초 도입부의 베이스 주제는 2악장 도입부와 똑같지만 그 템포는 훨씬 빠르다. 매우 빠른 템포와 약간 느린 템포가 급격히 교대되어 템포의 대비에 의한 긴장감이 느껴지며 불안감을 조성한다. 이 악장 중간의 트리오 부분에선 목관악기와 현악기의 평화롭고 목가적인 음악이 들려오며 전반의 격렬한 긴장감을 풀어주지만 예기치 못한 포르티시모(ff, 매우 크게 연주하라는 강약 기호)로 폭발적인 음악이 연주되기도 한다.

4악장: 피날레. 아다지오 - 알레그로 모데라토

4악장 피날레의 도입부는 1악장 도입부와 똑같이 시작되는 것처럼 들리지만 완전히 똑같지는 않다. 순환 베이스와 현악의 화음 위로 가끔씩 클라리넷이 옥타브로 구성된 짧은 음형을 두 차례 연주하며 끼어들며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인다. 곧이어 클라리넷이 큰 소리로 푸가 주제를 제시하며 다른 악기들을 강요하는 듯하지만 현악기들은 1악장의 행진곡 주제를 연주하며 클라리넷의 제안을 묵살해버린다. 클라리넷이 다시 한 번 푸가 주제를 연주하자 이번에는 오보에가 2악장의 주제를 연주하며 클라리넷을 무시해버린다.

계속되는 좌절에도 불구하고 클라리넷은 다시 한 번 큰 소리로 푸가 주제를 연주하는데, 이번엔 확실하게 성공을 거둔다. 첼로와 더블베이스가 드디어 클라리넷의 푸가 주제를 받아 장대한 푸가 연주를 시작한다. 앞의 악장들의 일부분을 인용한 후 본격적으로 4악장의 음악을 시작하는 방식은 베토벤의 교향곡 9번 ‘합창’의 피날레와 매우 유사하다.

Bruckner, Symphony No.5 in B flat major, WAB 105

Riccardo Chailly, conductor

Royal Concertgebouw Orchestra

Grootezaal, Concertgebouw, Amsterdam

1991.06

 
추천음반

1. 야샤 호렌슈타인 지휘, BBC 심포니오케스트라, BBC

2. 세르지우 첼리비다케 지휘, 뮌헨 필하모닉, EMI

3. 귄터 반트 지휘, 베를린 필하모닉, RCA

4. 프란츠 벨저-뫼스트 지휘, 런던 필하모닉, EMI

글 최은규 (음악평론가) <교향곡은 어떻게 클래식의 황제가 되었는가>의 저자.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졸업, 동 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바이올린 부수석 및 기획홍보팀장을 역임. 월간 <객석>, <연합뉴스> 등 여러 매체에서 음악평론가 및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예술의 전당과 풍월당 등에서 클래식 음악을 강의하고 있다.

출처 : 네이버캐스트>주제 전체>문화예술>음악>기악합주>교향악  2012.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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