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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uckner, Symphony No.2 in C minor, WAB 102 브루크너 교향곡 2번 C단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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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B2 박종세 작성일19-02-17 13:32 조회1,51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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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uckner, Symphony No.2 in C minor, WAB 102

 브루크너 교향곡 2번 C단조

Anton Bruckner

1824-1896

Okko Kamu, conductor

Finnish Radio Symphony Orchestra

Helsinki Music Centre

2014


Okko Kamu/Finnish Radio SO - Bruckner, Symphony No.2 in C minor, WAB 102



브루크너가 교향곡 2번의 작곡에 착수한 1871년은 오르가니스트로서의 브루크너에게 빛나는 승리의 한 해였다. 뛰어난 오르간 연주와 즉흥연주 실력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브루크너는 1871년 영국에 머무를 당시 로열 앨버트 홀에서만 여섯 차례의 오르간 연주회를 개최했고 수정궁에서 네 차례 공연을 했다. 브루크너의 오르간 연주는 언제나 박수갈채를 받았고 비평가들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오르가니스트로서의 바쁜 연주 일정을 소화해내느라 작곡 활동은 1869년 이후 잠시 중단했지만, 브루크너는 1871년 가을부터 교향곡 2번의 착수해 이듬해 7월에 일단 작품을 완성했다. 그러나 이 교향곡 역시 다른 교향곡들과 마찬가지로 여러 번 개정되는 운명에 처했고 1877년에 이르러서야 최종판이 마무리되었다. 브루크너가 그토록 오랜 기간 2번의 수정 작업에 매달리게 된 것은 초연 당시 이 교향곡에 대한 평가와 관련이 있는 듯하다.

1873년 10월 26일, 브루크너는 직접 지휘봉을 잡고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이끌며 교향곡 2번을 초연했다. 당시 그는 교향곡 연주에 앞서 바흐의 유명한 <토카타와 푸가 d단조>를 오르간으로 연주했는데, 그 연주는 대단히 훌륭하여 전설적인 즉흥연주로 기록되었다. 당대의 유명 음악평론가 한슬리크는 그날 공연에 대해 이렇게 적었다.

“일요일 오후, 안톤 브루크너씨는 무지크페라인의 대극장에서 연주회를 열었다. 그는 오르간 연주 기교를 뽐내기 시작했고 바흐 작품 연주와 즉흥연주를 선보였다. 그날 세 번째이자 마지막 프로그램은 브루크너의 교향곡 c단조였는데, 매우 심각하고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아름다움과 심오한 아이디어들이 엿보이는 작품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족스럽지 않은 수사와 지나치게 장대한 형식 등으로 좋은 인상을 주지 못했다.”

초연 당시의 미적지근한 반응에 크게 실망한 브루크너는 교향곡 2번의 악보를 수차례 개정했다. 1872년에 완성한 초판에서 이 교향곡의 2악장은 느린 악장이 아니라 빠른 스케르초 악장이었으나 1873년 개정판에서 스케르초는 3악장으로 바뀌었고 악보의 몇 군데가 수정되었다. 그리고 1877년에 오늘날 가장 널리 사용되는 2버전이 완성되었다. 이 버전은 2악장을 느린 악장으로 하고, 3악장은 빠른 스케르초로 되어 있다. 또한 템포 기호도 1872년 버전에 비해 좀 더 느리게 변하여, 1872년 버전의 1악장이 빠른 알레그로인 데 비해 1877년 버전은 보통 빠르기의 모데라토로 바뀌었다. 이 글은 일반적으로 널리 연주되는 1877년 버전에 대한 해설이다.



성 플로리안 수도원. 브루크너는 이 수도원의 오르가니스트로 봉직했다.

브루크너의 교향곡 2번은 전반적으로 주제의 연결이 매끄럽지 못한 편이어서 ‘쉼표 교향곡’이라는 별명이 붙었지만, 듣는 이를 압도해 오는 숭고미와 종교적 아름다움은 이 교향곡만의 특별한 매력이라 하겠다.

1악장: 모데라토

1악장은 ‘브루크너의 개시’라 불리는 전형적인 방식으로 시작한다. 현악기들의 고요한 떨림이 점차 상승하며 주제를 이끌어내는 ‘브루크너의 개시’를 보여주지만, 브루크너의 후기 교향곡과는 달리 그 과정이 느리게 진행되지 않고 좀 더 급격하다. 곧이어 음악은 점차 행진곡풍으로 변화해 가고 때로는 바그너의 오페라 <로엔그린>의 음향을 닮은 현악기의 신성한 합주가 펼쳐지기도 한다. 브루크너의 다른 교향곡과 마찬가지로 이 교향곡의 집요한 리듬 반복을 통한 ‘최면 효과’가 나타나 듣는 이를 음악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2악장: 안단테

브루크너가 남긴 느린 악장들 가운데서도 매우 뛰어나며, 이 악장 도입부에 브루크너는 ‘장엄하게’(Feierlich)라는 악상 지시어를 처음 사용했다. 이는 이후 브루크너 교향곡의 느린 악장에서 자주 사용되며 숭고하면서도 신성한 분위기를 대변하는 용어가 되었다. 2악장 종결부는 초월적인 고요함과 영적인 분위기가 나타나 슈만의 교향곡 3번 ‘라인’ 4악장에 비견되기도 한다.

3악장: 스케르초

처음부터 포르티시모의 강한 어조로 연주되며 듣는 이를 압도하지만 이윽고 소박한 농민의 춤곡처럼 변모해 간다. 거칠고 리드미컬한 음악과 소박한 춤곡이 지나가면 중간에 비올라가 아름답고 부드러운 선율을 연주하며 이 악장 도입부와 대조를 이룬다.

4악장: 피날레

이전 악장들의 주제를 회상하며 종합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이 기법은 브루크너 후기 교향곡에 비해 세련미가 다소 떨어진다고 평가되기도 하지만, 과감한 화성 진행과 숭고하고 웅장한 음향은 곳곳에서 빛을 발한다. 브루크너는 4악장에서 자신의 미사곡 f단조의 ‘자비송’(Kyrie) 주제를 인용해 종교적인 색채를 더했다.

Bruckner, Symphony No.2 in C minor, WAB 102

Eugen Jochum, conductor

Staatskapelle Dresden

Lukaskirche, Dresden

1980.07.04


글 최은규 (음악평론가) <교향곡은 어떻게 클래식의 황제가 되었는가>의 저자. 서울대학교 음악대학과 동대학원 석사,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바이올린 부수석 및 기획홍보팀장을 역임했다. 월간 <객석> <연합뉴스> 등 여러 매체에서 음악평론가 및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예술의 전당, 풍월당 등에서 클래식 음악을 강의하고 있다.

출처 : 최은규, 『교향곡 - 듣는 사람을 위한 가이드』, 도서출판 마리,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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